그 생각하면 웃음도 나고 그래서
영정사진 찍는 날 #4
충주시 수룡마을 문임순 할머니
죄없는 남편은 '기관'에 끌려갔다 3년이 다 되어 풀려나왔다.
그 사이 며늘아기는 집을 나갔고 아들놈은 집 뒷편 숲에 목을 매었다.
이름조차 제때 못 붙여준 돌도 안된 손주 핏덩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고
폐인이 되어 돌아온 남편은 이미 예전의 남편이 아니더라.
알수 없는 소리를 며칠간 고래고래 질러대더니
손주아기를 다리밑으로 던져 죽게 하고
화병으로 몸져 눕더니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더라.
싸늘한 손주 핏덩이의 묘에 흙을 덮고 남편의 뼈를 집 뒷산에 홀로 묻으며
피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수천번 수만번 또 생각했던가.
내가 왜 살아야 하나
무엇으로 살아야 하나
그래도 내 어릴적 열일곱적에
날이 좋고 볕이 쬐면
남편 지게에 올라타
들쳐 지고 이산 저산 다니며
꽃도 따주고 산딸기도 따 먹여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같이 춤도 추고
수줍은 척 눈도 흘기고 하면 '어흠' '어흠' 거리던 남편이 생각나.
그 생각 한번이라도 더 하고 싶어서
하루라도 그 생각 또 하고 싶어서
그 생각하면 웃음도 나고 그래서
여지껏 여든 다섯을 살았네.
영정 찍어준다고 온 어린 청년 등에 업혀봐도 그때 내 남편 만치는 안좋더라.
안좋고 말고...
살날도 얼마 안남은 노인네지만 자꾸 졸라대는 청년 등쌀에
나오지도 않는 쉰목소리라도 한번 외쳐본다.
어~이, 내 남편 조일권아!! 돌나물 무쳐서 뛰어 갈텐께 조금만 기다리시오!!!!!!!
<이 글은 인터뷰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인 문임순 할머니는 지난 7월 1일 아침 남편 조일권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셨습니다.
'기왕이면 꽃도 나오고 곱게 나온 사진이 좋다'던 할머니의 요청에 의해 위 사진의 원본이 그대로 영정으로 쓰였습니다.
-사진을 교체했습니다. 영정으로 쓰인 사진이 이거네요. 큰일날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