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할아버지... 우연히 신호대기중에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더부룩한 수염과 흰 모자를 쓰고 빨래줄로 모자와 턱을 둘러메고 햇빛쏟아지는 여름에 속옷도 없이 얼룩진 회색 잠바를 입고 허리엔 살이 밖으로 튀어나온 무지개색 우산을차고 반대편엔 가방을매고 종아리까지 내려온 짧은 바지와 맨발의 낡은 운동화 그할아버지는 주변에 버려져있는 음료수병을 허리에 찬 우산끝으로 톡톡 쳐보면서 뭔가 들어있으면 망설임 없이 주워 순식간에 마셔 버리는 것을보고 사람들이 흔히말하는 바로 "거지" 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 난 한쪽에 차를 세우고는 그 할아버지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나와 눈이 마주친 할아버지는 나를 향해 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두려움반 호기심반에 그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저기 나 2천원만 줄 수 있어요"... 하도 더워서 막걸리라도 한사발 마시게...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치아는 전부 썩어있었고...상당한 거리에서 마주보고 있던 비교적 더딘 나의 후각으로도 할아버지의 입냄새를 맡을 수 있을정도였다. . 우연치고는 아주 다행스럽게도 난 거래처인 막걸리공장에서 신제품 마셔보라며 챙겨준 막걸리를 두병 건네드렸다... 순식간에 받아든 그는 바로앞 인도에 걸터앉아... 주위에 버려져있던 컵모양의 음료수병을 집어와선 막걸리를 연신 따라마셨다... . 난 늘 옆에 싣고다니는 카메라를 꺼내들고 서서히 다가가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레 말했다 저...할아버지 사진좀 찍어두 될까요? "못난놈 사진은 찍어서 모할라구..." 그다지 부정하지 않는 듯한 어투로 말씀하시고는 관심없는 듯 시선은 막걸리를 향해있었다...난 그를향해 질문을 던지며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할아버지 자식없으세요? 라는 질문에 짧게 대답했다 "없어" 할아버지 고향이 어디세요? "없어" 그럼 할아버지 어디사세요? "없어" 내질문에는 귀찮다는 듯 대답하시며 나에게 되물으셨다 "젊은이 혹시 칠백만원 있어?" 황당했지만 할아버지는 돈에대한 가치조차도 모르고계신 듯했다. . 할아버지는 700만원에대한 아품을 담고계셨다는 듯이 몇번이고 나에게 물었다... 나중에 또만나면 나 700만원만 줘요...꼭이요 꼭!! 할아버지 그 큰돈은 어디다 쓰시게요? "나 700만원이 꼭 필요해서 그래...꼭 줘야해.." 난 할아버지에게 천원짜리 두장을 건네드리며... 할아버지 저한테 그렇게 큰돈은 없구요...나중에 또만나면 막걸리는 또 받아드릴께요... . 그렇게 할아버지는 처음과 같은 행동으로 우산끝에 모든 신경을 담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유유히 사라져갔다... . . "거지" 에 대한 나의 평소생각은 그렇다 팔다리 멀쩡한데 왜 저러구 다니는걸까... 심지어 하반신 불구자들도 시장에 나가면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며 나프탈렌을 팔며 구걸을 하는데... 온전한 몸으로 왜 저러고들 사는건지 한심하기만 했었다... 그런데 그생각은 할아버지를 만나고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돈 칠백만원에 대한 가치조차도 모르시면서 어린아이처럼 나에게 연신 달라고만 하셨다... 그 칠백만원이란 돈이 길에서 우연히 만난사람들 호주머니에 들어있을수있다고 판단할정도라면 충분히 그럴만 하다고 생각된다...그리고 칠백만원이라는 한가지 숫자에만 집착하시는걸 보며 분명 그 숫자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이 있을꺼라 생각했다... 나중에 만나면 꼭 줘! 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며 확신하게된다... . . 그렇게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난 생각했다... .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들만 거지가 되는게 아니라...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 . 더운 여름날 오창에서...
가을의전설
2004-06-28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