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네번째 봄 . 영정사진 찍는 날 #2 충주시 이류면 최언예 할머니 언젠가 오래전에 태어났고 생각보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일정과 해방, 한국 전쟁과 피난을 겪어 남편과 네 아이를 잃고 남은 두 아이마저 자신보다 한참 일찍 세상을 떠났다. 박정희 임금님께서 다스리던 때를 기억하고 그 후로도 임금님은 몇번이나 바뀌었고 정신없이 시끄러운 세상의 소음 속에서 가릴 것 하나 없이 그 가녀린 몸뚱아리 하나로 맞부닥치며 살다보니 오늘은 어린 청년 하나 찾아와 영정사진 찍어주겠다고 한복도 입혀주고 얼굴도 씻겨주더라. 참으로 오랜만에 단장을 하다보니 먼저 떠난 딸년아이와 어디갔는지 살아있는지 얼굴도 까마득한 남편이 생각나 쑥쓰러워 웃고 있는데 젊은 청년은 사진 찍으려면 웃으라고 꾸중을 놓더라. 웃고 있는데... 언제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아직도 봄이오면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민들레 물고 뛰어 돌아다니던 며느리고개가 생각나... 그때도 봄 지금도 봄 <이 글은 인터뷰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깊고푸른
2004-06-28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