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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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시장 임순재 할머니의 방.
연못길을 찾아가면 어김없이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임순재 할머니.
아직 장가도 못 간 36세의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 할머니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일같이 버려진 박스를 주워 고물상에 갖다 파는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사진촬영을 위해 인사를 하자 할머니는 선뜻 나를 집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일이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할머니는 용돈도 벌 겸 운동 삼아 한다고 했지만,
운동을 한다고 말하기엔 할머니의 몸은 너무 노쇠해 보였다.
실제로 그녀는 방안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기에도 매우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며칠 뒤 찾아갔을 때 방 한 켠 에서 할머니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성당을 나간다는 할머니는 집에서도 틈만 나면 기도를 하는 것 같았다.
아들이 빨리 장가 가게 하주세요..
오늘은 박스를 많이 줍게 해주세요..
무릅이 그만아프도록 해주세요...
좁은 단칸방에도 저렇게 간직하고픈 할머니의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