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을 함께 한 인쇄소 프린터와 복사기가 발달한 지금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1980년 대에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서 인쇄소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고도 힘든 일이었다. 지금도 충무로의 빈티 나는 좁은 골목길의 막다른 골목에 위치한 세진 인쇄소는 이른바 "지하" 유인물과 책자를 인쇄해준 얼마 안되는 곳이었다. 바카스라도 한 박스 들고 찾아 가면 아저씨는 여전이 저런 뒷모습으로 수금을 독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당시에 중요한 일을 도움으로써 두번이나 " 큰집"에 다녀 왔다고 한다. 벌써 10년이 지난 벽의 글자는 그의 딸이 아버지의 퇴근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검정 테이프로 한 작업이다. 물론 이 사진은 위험하다.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 사회 제도를 그대로 놔둔 채 "세상은 아름다운거야, 희망을 가지라구"라고 말하는 공익광고의 일종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윤리적인 행동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상황이 닥쳤을 때 자신의 위험과 피해를 감수할 수 있느냐이다. 그는 딸의 멋진 작업을 받을 자격이 있다.
어린왕자
2004-06-21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