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을 잃은 벽 . . 신길동의 어떤 골목에는 페인트 색을 잊게할만큼 구질구질한 때가 끼고, 커다란 광고지가 제법 규격에 맞춰 붙어있는 벽이 있다. 골목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광고지들은 그야말로 유용하지 않은 정보를 담고 있는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우스운 것은 간혹 사람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케이블 TV 따위를 보기 위해서 광고지를 찾을 때면, 언제나 뒹굴던 광고지는 어디로 다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다시피, 이 벽은 볼품없고 지저분하다. 이 벽을 보면서 유용한 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지저분한 골목의 광고판정도로 생각할 뿐이다. 만약 길을 걷다 중심을 잃어 저 벽에 옷이라도 스치면, 당장 집으로 달려가 옷부터 갈아입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벽도 여느 벽처럼 건물 주위에 만들어져서 건물의 외부로부터 거주공간을 구획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처음엔 이 벽도 공간을 건물 사용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분할하기 위해 이용하는 고정된 칸막로 설계된 것이다. 다만 지금은, 아무도 그것을 떠올리지 않는다. 단순히 나이트의 광고지를 붙이고 쓰레기 봉투 놓을 공간을 위해 서있는 벽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꿈을 잃어버린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처럼, 그냥 지저분한 그대로 서있을 뿐이다. . .
EDEH
2004-06-15 0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