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1 - 우울한 20대의 절규
그 절규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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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나의 이야기.
P양. 그녀는 막막했다. 그날 하루 동안 네 번이나 거절 당했다. 아직 채 네 시도 되지 않은 오후, 그녀는 네 군데의 회사에서 불합격을 확인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까지만 해도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네 번째. 그녀의 하늘은 노랗게 사색이 되어갔다. 공중전화 박스를 나오며, 가벼운 현기증과 함께, '죽고 싶다'는 생각이 얼핏 스친다.
그녀는 '점집'을 찾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다고, 도대체 왜 나를 버리는지 묻고 싶었다고. 죽기 전에 죽어도 될지를 물어보는 심정으로 대나무 깃대가 꽂힌 집으로 들어갔다.
울긋불긋한 방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후회도 들었지만 그런 것 따윈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건 정말이다. 그곳을 나온 그녀는 또 다른 점집을 찾았다.
두 번째 점쟁이가 그러더란다.
"앞으로 십 년 동안은 운이 꽉 막혔어!"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아, 이 버스가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해서 죽어버렸으면...'
아무도 오늘 자기가 겪은 절망과 행동들을 눈치채지 못하게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
새벽, 집에 돌아가 침대에 웅크린 채 이대로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녀가 선잠을 깬 새벽. 비로소 울음이 터져나왔다. 눈을 떠 또다시 달라진 것 없이 맞아야 할 아침이 그녀를 절망하게 했다.
소리내어 울 명분도 없었던 그녀는 침대에 웅크린 채, 꺼억꺼억 속으로 울음을 삼키느라 들썩이는 어깨까지 멈추지는 못했다.
가만히 들어보면 그녀의 신음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가늘고 가는 온몸 깊이에서 길어올린 기도의 말이 신음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 한젬마 '그림 읽어주는 여자 '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