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생각 :
아빠~! 저기 보이는 밝은 모퉁이를 돌기 전에, 틀림없이 저는 아빠를 따라잡을 수 있겠지요?
아빠와 달리기를 할 적에는 언제나 그랬었거든요.
사실 저는 알고 있답니다.
제 어린 장딴지 근육의 인내력이 바닥나기 직전에 항상 아빠는 보폭과 보속을 줄여, 제가 이기도록 해 주었다는 것을...
그래서 제게 한없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선사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저는... 이미 다 알고 있답니다.
그러나 때론 저도 아빠를 쫓아가려면 힘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도 열심히 달려 늘 아빠를 추월하고야 마는 까닭은
그렇게 할 때마다 아빠가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셨기 때문일 거야요.
▶ 아빠생각 :
얘야~ 너는 모르지? 내가 너랑 달리기할 적마다 매번 일부러 져주는 진짜 이유를...
아직 너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 하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단다.
언젠가는 너의 달리기가 진짜로 이 아빠를 이길 수 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 상황이 막상 닥치고 보면, 아빠로서는 한편 기쁜 일이긴 하지만...
너의 입장에서는... 또 나의 다른 입장으로서는...
적잖이 당혹스러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을 게다.
그러나 그 때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자신을 어리다고 생각할 너는
아마 그후로도 당분간은 아빠가 여전히 네게 일부러 져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적절한 완충의 시기를 준비하기 위해, 아빠는 늘 너에게 질 수 밖에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