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4 - 자유(自由) ============================================================ 과연 사는 데 얼마나 많은 이유가 있는가. 먹이를 얻기 위해 어선 주위를 단조롭고 꾸준하게 왔다 갔다 하는 대신에 삶에 대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무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자신이 탁월하고 지적이며 숙련된 존재라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다. - 리차드 바크, [갈매기의 꿈] ============================================================ 친구는 국외자(局外者) 조나단의 설교에 공감하는가? 하지만 자넨 그 공감과는 무관하게 용기 있는 국외자의 삶을 끊임없이 유예하고 있지. 안 그런가? 셈속 빠른 자네는 아웃사이더의 삶이 가져다 줄 곤고함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야. 자넨 입버릇처럼, 파문을 당하고 평생을 렌즈갈이로 연명한 스피노자를 사숙(私淑)하노라고 거리낌 없이 말하더군. 하지만 내 보기에 자네의 삶은 자네가 존경해마지않는 스승의 삶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듯이 보이네. 자네의 창백한 관념이 스승의 치열한 삶을 본받지 못하고 허공에서 부유하는 동안, 자네의 육신은 현실의 논리를 열심히도 추수(追隨)하고 있더군. 물론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거 아니냐’는 자네의 항변을 이해하네. 하지만 그렇게 손쉽게 살려거든 제발, 자네의 유려한 그러나 악취가 진동하는 언술(言述)의 꼭지를 잠가놓는 것을 잊지 말게. 언젠가 자네가 내게 이렇게 물었지. 계곡을 차고 오르는 싱싱한 연어 맛이 그립지 않느냐고? 그때 나는 이리 대답한 것으로 기억하네. 잔소리 집어 치우고 네가 들고 있는 칸쵸나 똑바로 던져.
자투리
2004-06-0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