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임진강변에서..
고당을 기리는 시
세상을 앓던 사람
-朴南秀
검은 두루마기는 무릎을 덮은 일이 없고
당신의 옥같은 몸은 비단에 감겨 본 일이 없다.
한국의 촌부가 짠 씨날이 굵은 무명으로도
당신은 족히 자랑을 만들었다.
살눈썹에 서리는 자부러움 뒤에서
당신의 작은 눈은 늘 타고 있었고
놇은 일이면 동강 부러질지언정
구불어져 휘는 일이 없었다.
오늘 누구도
그니의 생사를 아는 이 없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세상을 앓던 사람
그 육신은 사로잡혀 적의 볼모가 되었지만
그니가 우리의 둘레를 떠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슴마다에 새겨진 그니의 모습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가져다 준 해방의 어려운 터전에
십자가를 스스로 지고
지금 어디서 당신은
은전에 팔려간 형제들을 굽어보시는가.
오늘 누구도
그니의 생사를 아는 이 없다.
철조로 가로질러진 남북 삼천리
잘리고 흩어진 몸 고달픈 형제들도 많지만
당신은 더 멀리 당신은
더 고달픈 어디에서 지금도
머리에 붕대를 감고 세상을 앓고 계시리라.
(이시는 고당 조만식 선생 83회 생신기념 경모회 때 낭송) - 자유로 통일동산에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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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식 (曺晩植 1882∼1950)
독립운동가·정치가. 호는 고당(古堂). 본관은 창녕(昌寧). 평안남도 강서(江西) 출생. 1905년 평양 숭실학교에 입학하면서 기독교에 입교하였다. 1908년 일본 세이소쿠영어학교[正則英語學校]를 거쳐 10년 메이지대학[明治大學] 법학부를 졸업하였다. 그 무렵 인도의 독립운동가 M.K. 간디의 무저항주의·인도주의에 공감하여 이를 독립운동의 본보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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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 통일동산을 갔다가 임진강변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