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20 [날아갈 듯한 꽃내음이 머무는 호수]
날아갈 듯한 꽃내음이 머무는 호수
꽃은 코 끝에 먼저 와 있었다
잠에 취한 눈길이 닿기도 전에
꽃은 홑씨를 날렸고
허브향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초원의 바람과 풀은 온통 젖어있다
내 마음은 메말라 균열이 나있다
날아가는 꽃
날아갈 듯한 꽃
바람과 애무하는 풀
모든 생명은 대지와 섹스하고 있었다
무아경이란 이런 것이란 말인가
산으로 쌓여서 옴팡진 곳에서
허브향이 잔뜩 갇혀서
호수는 꽃향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내 걸음이 닿는 곳에서
내 시선이 닿는 곳에서
내 후각이 닿은 곳에서
나는 아름다움을 스틸로 담았다
떠나고 싶지 않은 이 푸른 향연
녹음이 붉은 꽃들을 피어낸 이 축제
바람이 흔드는 풀들
너는 어디에도 있지만
나는 어디에도 없구나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2004/5/19
해발 3200m에서 만난 호수와 자생화 군락을 보고서
고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