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좋아하게 됐나요?" 당신을 가까이에서 보게 됐거든요. 우연한 기회였어요.점심 시간이었요. 모두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농담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당신은 연필을 깍고 있었죠.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어요. 도로록 소리가 나는 칼을 들고. 연필을 깍고 있는 모습, 커피를 마시는 내내 지켜봤어요. 당신은 연필을 다 깍더니 부스러기가 담긴 종이를 곱게 반으로 접어 휴지통에 버렸죠. 그러곤 자리에 돌아가서 연필로 뭔가를 쓰기 시작했어요. 나는.. 나도 모르게, 당신 옆으로 점점 다가갔어요. 아마도..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들을수 없었죠. 내가 다가가는 걸 눈치챈 당신이 수첩을 덥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거든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순간, 당신의 수첩을 펼쳐 보았어요. 그리고 그 수첩에서 내 이름을 보았죠. 백 번도 넘게 쓰인 내 이름. 나는 서둘러 수첩을 덮고, 복도로 뛰쳐나갔어요. 그랬더니, 당신은.. 긴장한 탓인지, 땀에 젖은 손을 옷에 쓱쓱 비비며 복도에 서 있었죠. 그 때부터였어요. 소리 없이 나를 지켜봐 주던 사람, 연필로 내 이름을 쓰던 사람, 그러면서 나를 피해 도망치던 사람, ..당신은 그런 사람이잖아요.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지곤 했어요. 햇살이었죠. 나는 그렇게.. 당신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남자 그여자중........
Lapen...
2004-05-18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