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오늘도 일기 예보에 어긋나지 안코 하늘은 잔뜩 찌푸린채 금방 빗줄기라도 퍼부울 기세로 잔뜩 웅크리고 있다. 오랜 겨울 가뭄끝에 찾아오는 단비는 한양 갔다가 돌아온 서방님 맞이하는 양 버선발로 뛰쳐 나가 반기건만, 서방도 자주 보니 반갑지 아니하고 때론 귀차니즘을 느끼나보다. 사람 왕래가 그리 많지 않을법한 공원 한켠에 두 촌노가 기억 상자를 펼쳐놓고 시간 여행을 기다리고있다. 손주 손에 끌려 공원을 찾은 촌부가 가던 길을 멈추고 학창 시절을 되새기며 여행을 떠난다. 파르르 떨리는 손끝에 잔뜩 힘을 주고선 바늘구멍 한땀 한땀 이어가며 어릴 적 추억속으로 파고든다. 그옆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던 나도 함께 동행해본다. "어르신요, 바늘 끝에 침을 쪼매 바르면 안 뿌사지고 잘될낑데." 훈수를 곁들이며..
손호열
2004-05-17 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