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일.
한달도 더 된 일입니다.
필름을 맡기러 들른 어느 현상소에서
중동지역의 사람으로보이는 부부가
아기의 증명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워낙에 아기를 좋아하는 저이기에
따뜻한 시선으로 미소를 띄며 아기를 응시하고 있노라니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옵니다.
'4 days'
예상치 않은 말에 놀라며 그를 바라보자
이번에는 서툰 한국어로
'4일 됐어요'
라고 말을 합니다.
자랑하고 싶었나봅니다.
아기의 탄생을 알리고 축하를 받고싶었나봅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와~ 이쁘네요'
라는 말을 하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파키스탄인이며 한국에서 무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으며
아기는 생후 4일.
출생과 관련된 일을 위해
증명사진을 찍으러 왔다고 합니다.
생후 4일이라...
주먹만한 머리에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눈.
핏덩어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아기..
그런 아기를 정성스럽게 안고 있는 어머니.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한 '가족'을 보고 있노라니
순간 사랑이 이런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자라고 태어난 둘이 만나
사랑을 하고, 아기를 낳고
그리고 생활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행복한 것.
초면에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저는 카메라를 꺼내며 혹시 사진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습니다.
그 남자는 흔쾌히 'Yes'라고 하며 아내에게 동의를 구합니다.
실내이고 스트로보마저 칠 수 없는 상황에 필름은 TMX. 최악의 상황입니다.
조리개를 활짝열고 숨을 죽이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최대개방에 이르러서야 겨우 셔터가 나왔습니다.
남자는 만족해하며 종이에 자신의 이름과 e-mail 주소를 적어주었고
저는 사진을 보내주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일어섰습니다.
문을 열고 나서려는 길에 못내 아쉬워
그의 아내를 중심으로 한컷을 더 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그렇게 친절했던 남자가
단호한 어조로 'No'라고 말을 하며 나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입니다.
하하..
순간,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려는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사람아! 나쁜 의도는 아니란 말이오'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같은 남자로서 그를 이해하며 저는 카메라를 거두었습니다.
하하.. 그래 그런 것 같습니다.
남자란..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가족을 아끼고 보호하고..
물론 여자도 마찬가지겠죠.
그렇게
저는 현상소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세상에 첫발을 내민 아가와 그의 가족의 건강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