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12 Pentax Z-20, 100mm F Lens, F2.8, 1/15, Velvia 그날도 12시가 넘어 퇴근, 피곤에 절은 몸을 방바닥에 쓰러뜨리고 자려고 눈을 감았다가 문득 눈을 뜨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아참, 베란다에 놓아둔 새, 먹이 줘야지." 통나무처럼 처진 몸을 일으키려니까, 안사람이 그 말을 들었는지 말했습니다. "죽었어요." "언제?" "이틀 전에요." "밥을 줘도 못 먹고 죽어버렸어요." "왜?" "한 사나흘 밥을 못먹어서 위장이 말라붙어버렸나봐요. 먹으려고 애는 쓰던데, 삼키지를 못하는 거예요. " "내가 밥 주는 것 잊어버려서, 결국...,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날려보내주는 건데..." 새한테 먹이 주는 것은 내가 당번이었다. 그것도 한 마리, 큰 아들이 문방구점에서 뽑기로 걸려 딴 새였다. 베란다의 새장 속에서 호르르호르르 노래하면 창밖에 이쁜 이성의 새 한 마리가 와서 같이 화답하곤 했지만 나는 끝끝내 그 놈을 풀어주지 못했다. "새는 제가 파묻어줬어요." 아내가 말했다. 키우던 새가 죽어버린 새장 속에 인형을 넣어 촬영.
풀잎
2004-05-13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