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05 경복궁 어릴때에는 서양과학에 대한 열등감으로 우리것에 대해서는 도통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고 인식의 폭이 넓어지면서 우리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답을 구하면 구할 수록 명확한 답은 없고, 그저그런 여러가지 인상만이 남을 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서양적인 인식의 틀에서 우리의 것에 대해 정의를 내리려 했던 것에서 오는 오류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건물에 있어서 우리의 것은 서양건축물처럼 구조적으로 과학적이지도 못하고, 외부에 대해 지배적이지도, 강인하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궁궐건축에 있어서 조차... 우리의 조상들은 자연을 대결이 아닌 조화와 공존의 가치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내부와 외부의 공간은 경계가 느슨하며, 인간적인 스케일에서 오는 친숙함은 마치 건물자체가 자연속에 던져져 있는 인상마저 줍니다. 그래서 건물마저도 공간속에서 하나의 나무처럼 구름처럼 다가올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aradiso
2004-05-11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