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엔 그녀가 살지 않는다
0404 부산 광안리
사진속엔 그녀가 살지 않는다
- 유 하 -
난 사진기 뷰파인더의 손아귀로 그녀의 자태를 낚아챈다
순간, 그녀의 아름다움은 사로잡힌 물고기처럼
완강하게 몸을 흔들고, 고정된 찰나의 물방울들이
사방으로 튄다, 난 절규에 가까운 사랑을 눈동자에 싣고
셔터를 누른다 살아 있는 나비의 육체를 핀으로 찌르듯
그녀가 웃, 는다 하나 나비의 현란한 율동은
정지된 나비의 몸을 벗어나 저 혼자 날아가버리고,
다만 채집된 것은 내 생의 짧은 열락뿐
사진기, 그 작은 상자 속의 끝모를 우주
그녀, 잡을 수 없는 나비의 율동은 섬광처럼
나의 컴컴한 내부를 꿰뚫고 지나 어디론가 사라지고
굳어버린 나비의 날개, 한때의 나른한 미소만이
무심히 인화된다 시간은 완벽하게 증발하고,
별은 오래 전에 플래시처럼 폭발한다
죽음의 공포를 한입에 삼킨, 살아 있음의 엑스터시
현실이 빠져나간 시간의 바깥에서
그녀의 표정은 행복한 별빛의 벽화로 붙잡혀 있다
내 망막 저편에 움직이는 그녀 느낌의 지느러미,
혹은 그녀가 감춘 외설의 나비 율동,
난 내 감각의 바늘로 그 보이지 않는 피사체들을
고정시키고 싶다 오, 내가 열망한 건 미이라의 언어
모든 피사체들은 렌즈 속에서 불멸하는 죽음을 산다
죽음이라는 방부제가 모든 삶의 절실한 이미지들을
그대로 보존시켜줄 것이다
난 마음의 셔터를 누른다, 덧없이 사라질 이순간
모든 매혹의 풍경들을 종이 피라미드에 미이라로 가두길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