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17 [고비(Govi)에 서신 우리 할머니]
고비에 서신 우리 할머니
고비(Govi)의 초입 바이양고비
바이칼에서 고비까지의 긴 여정
러시아 지프차가 덜커덩 달랑
4월 초입(初入)에 겨울이다
열사(熱砂)의 고비사막(Govi Desert)
예서 멀지 않은데
뒷산에는 잔설(殘雪)이 소복하다
평생을 고비와 맞선 할머니
우리 앞에 섰다.
촌로(村老)의 할머니
주름살 속에 그을리고 튼 얼굴
세월은 높이 깊게 쌓았고
시름은 녹지 않았다
잔모래가 부웅 부는 들판에서
두건으로 가려진 얼굴이
곱게 수공(手工)한 비단 델
장포(長袍)로 여민 옷고름
두 줄이 마주 닳아서 아름다웠다
뺨이 얼고 녹는 동안
통통하고 야윔이 드러나고 꺼졌고
깊게 들어간 눈, 꽉 다문 입술
세상 버린 할머니가 다시 살고 있다
이미 버린 뒤 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참는 사람으로
세월에 삶이 막혀 마칠 때 까지
할머니의 희생과 인고와 사랑의 삶은
우리 가슴에 녹지 않고 만년설이 되었다.
2003/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