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뒷모습에서 저는 왜 부끄러웠을까요.
사진을 찍고 있는 제 앞을 휘익 지나가는 당신.
렌즈 앞으로 희꺼먼 형체가 지나갈 때 순간 저는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당신은 보이는 십여개의 문들과 혹은 보이지 않는 수 십여개의 문들 중
어느 하나를 열고 들어가려고만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허름하고 거칠게 일어나 금이간 것은 외벽이고 겉모습인데
왜 그걸 당신들의 전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아마 제 스스로가 당신들처럼 억척스럽게 살아갈 자신이 없어
애써 외면하고 혐오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당신의 뒷모습에서 내 삶에 악착같지 못했던 제 모습을 보고
부끄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