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가 아니랍니다.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길래, 관련 사진 하나 올려봅니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교육의 상품화와 등록금 인상 문제로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했습니다. 학교 당국에서도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언제올지 몰랐을뿐이지'라는 침착한(?) 자세로 다른 건물인 교양관으로 옮겨서 행정업무를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 멀쩡한 잔디를 갈아 엎고, 새로운 잔디를 깔았습니다. 학교 당국은 본관 앞과 중앙광장의 잔디가 겨울에는 노랗게 되어 보기 싫으니,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사철 푸른 서양잔디를 깔겠다고 인터넷에 공고를 조용히 올리고 정말 공사를 시작하더군요. 솔직히 처음에 그 공고를 봤을 때, 많은 학생이 설마했습니다. 아무리 잘 봐줄려고 해도 '세계화 시대'와 '사철 푸른 서양잔디'의 상관관계는 알 수 없기 때문이죠. 학교 운영이 무슨 심시티도 아니고 그런 이유같지 않은 이유에 돈을 쓰면서, 학생들이 등록금이 비싸다고 항의하면 학교재정이 어렵다는 소리를 하다니요. 결국, 잔디는 그 '사철 푸른 서양잔디'로 교체가 끝났습니다. 짙은 초록색의 잔디는 맨눈으로 보는데도 마치 Velvia 의 색감을 보는 것 같습디다. 문제는 대부분 학생들의 불만이 학교 잔디가 Velvia 색감이 아니어서 학교 다니기 쪽팔리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비싼 등록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업 커리큘럼과 고등학교랑 별 차이없는 수업, 그리고 학생 자치공간의 부족이라는 것이 바로 학생들의 불만입니다. 지금 '실험실습없는 인문계 학생'이 한 학기에 '약 270만원' 내고 등록하면 실제로 수업하는 일수는 대략 4개월...그 4개월 지나고 방학 두 달 지나면 또 270만원을 내야되고...그것도 그 돈이 매년 오른다고 생각해보세요... 학교는 정작 재학생에게 관심이 없고, 재학생들의 말을 들을려고조차 하지 않습니다. 사철 푸른 잔디를 깔고, 건물을 호화롭게 지어서 고객인 고등학생들을 꼬시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자치공간 하나 제대로 보장못하면서, 고3수험생들에게는 OKU라는 칼라 홍보잡지를 마구 나눠주고 있더군요. 학생들이 합격하든 불합격하든 지원을 많이 하면 원서인지대에서 나오는 수입이 크고, 일단 입학하면 등록금 안내고 졸업할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완전 재학생은 봉인거죠. 학교는 이렇게 호객행위에만 관심이 있어서 교육을 상품화시키며, 대학을 취업알선업체, 취업준비학원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교수진의 수준과 학문의 성과가 아닌, 취업률과 고시합격률이라는 숫자가 그 대학의 가치를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맞서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이 폭도라니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
2004-04-21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