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께...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 그간 안녕하셨어요 ?
저예요, 목동(牧童). 벌써 잊진 않으셨죠?
어느 여름밤 모닥불을 쬐며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다 제 어깨에 살포시 기대 잠드신 적 있잖아요.
알퐁스 도데라는 프랑스 사람이 우리 얘기를 소재로 '별'이란 소설을 쓰기도 했다지요.
그런데 어쩌죠. 제가 그날 밤 아가씨께 알려드린 별자리가 대부분 엉터리였다네요.
우선 오리온자리는 아가씨와 제가 밤을 보낸 7월에는 지평선 아래 숨어 보이지 않는다는군요. 겨울철 별자리거든요.
큰개자리의 '별들의 횃불(시리우스)'도 마찬가지랍니다. 아, 죄송해서 어쩌지요.
오늘밤이라도 제가 양을 치는 뤼브롱 산으로 다시 찾아오신다면 이번엔 정말 제대로 된 별 이야기를 들려드릴 텐데….
그렇지만 아가씨, 우리는 그래도 행복한 시절을 보낸 것 같아요.
번쩍이는 색색 조명에 별빛을 빼앗긴 요즘 아이들에 비하면요.
맑게 갠 별밤에는 두 발 아래 어른어른 별 그림자가 생긴다는 걸 요새 애들이 알까요?
하늘에는 눈으로 셈할 수 있는 별만 3천여개가 촘촘히 박혀 있다는 걸 짐작이나 할까요?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 아가씨가 그날 밤 보셨던 별들을 카메라에 담에 보았어요.
오리온을 쫓고 있는 전갈좌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