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14 [다시 대지의 품으로 파고들고 싶다]
다시 대지의 품으로 파고들고 싶다
나는 몽골초원의 들짐승
그래도 나는 칼 자루를 잡고 살았다
칼날을 잡은채 그 칼을 놓치 못하는
부자유인 인간 군상들과는 판이한 삶이었다
그들은 배는 부르지만 자유는 없이 살았다
몸에는 온통 날에 버힌 상처인데 움찔 못하고 산다
나는 자유동물 내 멋대로 살았다
이제 이생의 놀이가 한 바탕 지났다
유목의 들판에서 내 야생의 생명력은 돌아가야한다
나를 둘러싼 이 천지가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의 품 대지로 돌아가야 한다
온 천지에 먹을 것이 숨어버렸다
지난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대지를 두껍게 덮어 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탯줄을 달고 떨어진 그 땅에
이제는 내 힘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직 움직일 힘이 남아있지 않은가
조드(Zud)가 와서 살 길을 찾아 헤멘 긴 달음질
눈길을 헤쳐 찾아야 하는 굳고 마른 거친 풀
더 이상 내 삶이 내 힘으로 가능하지 않으니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나는 다시 대지의 품으로 파고 들고 싶다
대지의 시원적 생명은
지친 나를 다시 돌리려한다
한 평생 피해다닌 사람의 길로 와 누웠다
똥구녕으로 내장을 파먹히고 나니
가죽과 뼈만 말랐다
솔롱고스 무지개의 나라에서 온
어느 과객이
내가 마련해 둔 품자리를 알아차리고
러시아제 지프차에서 고단한 몸을 내려
바이러스의 공격에 맞서
나를 번쩍 들어 대지로 돌아가게 했다
나같은 자유인이 되어 사는 사람일까?
2004/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