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하바나에서 만난 어떤 시선
올드 아바나 심장부에 자리 잡은 바들을 순례하다가 보데기따 델 메디오에서 카테드랄(대성당) 앞 광장으로 나가는 좁은 길에서 이 악사를 보았다.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데도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혼자서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품에 지팡이를 안고 있는 맹인 악사였다.
풀어진 듯한 그의 눈동자에서 어떤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렵다.
존재의 심연이 얼핏 번갯불처럼 스쳐지나가는 느낌이랄까...
얼마 전 멕시코의 어느 바에서도 트럼본을 부는 맹인 할아버지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인생이란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그 심연은 바닥이 보이지 않아서 더욱 신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