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Ⅰ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Ⅱ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군대에 간 친구에게서 간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이사온 주소를 가르쳐 주지 못해 계속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날 편지함 안에 낯선 봉투 하나가 꽂힌 것을 발견하게 되는 날이 오면 즐거운 마음으로 빨간 우체통으로 달려가려고 합니다.
에메랄드빛 바람
2004-04-04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