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ttle girl 어느 여름날 가족들을 싣고 무작정 드라이브를 나섰다. 도착한 곳은 지리산 자락에 숨어있는 실상사라는 고찰이다. 사진찍는데 정신팔린 아빠는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딸아이들은 지쳐서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그늘 사이에 비친 첫째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얌전해서 예쁘게 찍어준다고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너무나 얌전한 아이가 이상스러워 얼굴을 만져보니 열이 심하다. 참으로 무심한 아빠지. 아프면 엄살이라도 부릴일이지.... 그래서 속상했었다. 아이의 열을 식혀준 것은 내가 아니라 저 큰나무 그늘이었다. 어느새 나도 어른이 되어서 나를 기대어 살아가는 꼬마들의 아빠가 되었구나. 나도 실상사 마당에 심어진 커다란 나무처럼 큰 그늘을 만들고 싶다.
불에손
2004-04-02 1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