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비오는 도로를 힘겹게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저 흘낏 보고 '안됬군'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가슴아프기 때문일까.무관심일까.
아니면
리어카에 가득 실은 박스를 끌고가는 모습에서
어쩌면 다 같은ㅡ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수업시간에 늦었지만 빨리 걸을 수 없었다.
그보다 앞서 가는 것은 '죄'같았다.
우산을 씌워주고 싶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주위의 시선-
그리고 곧 나는 버스를 타야 함으로.
정류장에 다다랐을때 쯤,그는 길을 건넜다.
어느 차도 그가 건너도록 쉽사리 길을 양보하지 않는다.
그의 리어카에 실린 가전제품,가구 또는 먹을 것들의 박스,
가진자들의 껍데기가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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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때 했던 메모와 맞는 사진을 우연히 찍게 되었다.
그땐 정말 울음이 목 끝까지 올라왔었다.
리어카를 끌고가던 대머리 할아버지가 불쌍해서가 아니다.
비가 내려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던 사람들에 화가 나서도 아니다.
단 한번의 양보도 없던 차들 때문도,도로 한가운데 난처하게 서 있던 할아버지 때문도,그 누구 때문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우산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나나, 리어카 앞을 쏜살같이 지나가던 에쿠스에 앉아있던 사장님이나,그리고 빗길 속에 무거운 짐을 끌고 가는 할아버지나, 다 같은 짐을 지었다는 생각에 울음이 나왔다.
아직까지 묻는다.넌 왜 우산을 씌워주지 못 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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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겨울.TMAX400 스캔..화질이 안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