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타버린 재가 되고 나면 무엇이 될까?
한알의 씨앗으로 태어나
대지에 뿌리내려 빛과 바람, 비와 눈을 벗삼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나는 오래오래 자라고 또 자랐다.
나보다 더 오만한 인간들에 의해 잘려진 나는
뜨거운 가마속에서 검디 검은 숯이 되어
당신의 한끼 식사를 위해 남은 숨을 태우고 또 태웠다.
그리하여 어느 봄날
다시 햇빛과 바람속에 던져진 나는
이제 무엇이 될까?
무엇이 되든, 어디에 쓰이든, 어디로 가든
지금껏 한순간도 헛되이 살아온 적이 없기에
앞으로도 값지게 살 것이라 나는 믿고 또 믿는다.
지금은 다 잊고..
빛과 바람이 주는 한가로움에 취해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