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의 아이들
인정사정없이 내리쬐던 햇볕이 조금 약해졌다.
문득 창밖을 보았을 때, 빛을 느꼈다.
홀연히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많은, 메인가트를 지나 하류 쪽으로 좀 더 내려갔다.
빛이 있는 곳을 걸었고, 빛이 있는 곳을 따라갔다.
무심히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에서 아이들을 발견했다.
12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나라 인도.
노인도 많고, 어른도 많고, 아이들도 많다.
바라나시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난했다.
학교도 가지 않는 아이들이 훨씬 많았다.
그들은 학교 대신, 돈을 벌어야 했다.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엽서를 팔기도 하고, 꽃을 팔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쓸 줄은 몰라도 영어로 듣고 말한다.
보통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난다.
그들의 아침은 공동 수도에서 물을 길어 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충의 아침 집안일을 끝내놓고 나야 비로소 학교도 갈 수 있다.
그래서 제법 머리가 굵은 아이들의 등교 시간은 오전 9시가 넘어서이다.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의 일과는 더 바쁘다.
그들은 각자 일을 하는 부모님들을 대신해 집안 일을 해야 한다.
식사 준비를 하는 것도,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것도 다 그들의 몫이다.
그리고 나가서 돈을 벌어 오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엽서 한장을 팔아도 그것은 비지니스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장사를 하면서 살아왔기에
장사에 대한 그들의 관념은 확실하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바라나시의 한 식당에서 읽었던 잡지가 어렴풋이 스쳐갔다.
인도에서 발간된 "엘르"
대도시의 많은 아이들이, 집도 없이 거리에서 살아간다는 기사였다.
그들은 구걸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길에서 구한 담배와 마약으로
굶주림과 허기를 달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에 비하면, 바라나시의 아이들은 사정이 괜찮은 편일지도 몰랐다.
가난한 나라 인도는, 그들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꿈을 주지 못했다.
그저 하루 하루 먹고 사는 것만이 최대 관심사일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뭐가 되고 싶니?"
생각없이 건넨 말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아니, 대답할 수가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당장 오늘 하루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삶 속에서 알 수 없는
미래는 그들에게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빛을 따라 갔었다.
빛 아래에서 아이들을 찍었다.
우리는 빛 속에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빛을 줄 수 없었다.
text by ihaa(http://iha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