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1] 빵과 장미
재개발 지구의 골목길에 놓여진 생존과 장미..
번쩍거리는 카메라를 들고 마주친 골목 사람들의 눈길..
그때의 느낌을 전하고자 시 한 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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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달콤한 죄의식
――――소말리아의 검은 천사들에게
가족들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겨울밤 적어도 TV에서 너희를 보기 전까지 우리는 안온安穩했다 뼈가 드러난 초콜렛색 피부 초점 잃은 눈 들러붙는 파리떼……
따스한 침상에서도 쉽게 빠져들지 못하는 잠 불편한 육신을 뒤척이고 있을 때 너희가 비틀거리며 걸어와 잠든 막내 옆에 누웠지 하루에도 몇십 번씩 손을 씻는 결벽증 있는 막내 곁에 말이야 내 가슴 속에 휑한 구멍이 뚫리고 먼지 바람 세차게 불었지 겨우 눈떴을 때 빛나는 태양 아래 황량한 들판이 펼쳐졌어 아내와 두 아이 그리고 너희들 함께 검은 살갗만 남아 커다란 눈망울 가득 체념을 담고 말이야 타 들어가고 갈라진 땅 목젖이 팽팽히 당겨지도록 소리를 질렀지만 물 한 모금 축이지 못한 목에서는 신음 소리만 나올 뿐이었어 그때였지 갑자기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 아내가 나를 흔들어 깨운 것이야
소말리아의 작열하는 땅 위에서 한밤 안락한 침대로의 귀환
다시 잠들지 못하고
다시 너희 곁에 가지 못하고 어둠 속을 서성인다
큰 애 머리를 쓰다듬고
막내 따스한 뺨을 어루만지며 너희
사랑스런 아들 딸들
부모의 미어지는 가슴
엿본다
하지만 내 가족은 안전하다
손 뻗어도 닿지 않는 마음의 거리距離
참으로 달콤한 죄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