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끼인 날
안개 끼인 날
- 박명순
서먹한 기다림으로 얼룩진 밤
만취한 시간들은 안개가 되어
새벽 강가를 불사르고
취기 도는 머리맡엔
안개만 자욱하니 내려앉아
방향감각을 잃어 가고
찻잔에 시름을 타서 마시어도
온몸으로 번져오는 안개
걷히지 않는 찹찹한 무게
햇살이 보이지 않을 듯
하얀 안개 끼인 날
한마디 변명도 없이
시뻘건 곁눈으로 바라보는 당신
그런 모습은 이제는 정말 싫다
술 취한 거리처럼
휘청이는 안개 끼인 아침
무엇을 찾으라고
안개를 불러 왔나
햇살과 손을 잡고 싶은데
당신은 너무 멀리 있고
기다림은 강가를 서성이며
안개만 들이켜고 있으니
내 삶의 방향은 어디로 돌려야 하지
안개속을 헤쳐나갈 방법은 무엇이지
이제 그만 안개속을 헤매이자
안개 걷힌 강가를 거닐고 싶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