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끈을 조여라 . 엄마가 아이에게 윤지영 구두끈을 조심해라. 끈에 걸린다. 걸리면 넘어진다. 넘어지면 다친다. 구두끈을 조심해라. 네 인생을 붙잡는 건 언제나 너의 구두끈이다. 네 밑을 보아라. 너의 그림자를 보아라. 껌을 보아라. 보도 블록 사이 납작하게 엎드린 질경이를 보아라. 풀어진 제 구두끈에 발 걸린 것들이다. 걸려 넘어진 것들이다. 넘어지고는 다시 일어서지 못한 것들이다. 구두를 벗어도 안 된다. 맨발은 절대 안 된다. 고단한 발은 쉴 생각만 하는 법. 티눈에서 잔뿌리가 돋아나 땅에 뿌리내리면 그걸로 끝장이다. 네 발이 땅을 움켜쥐고 너를 나아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 구두끈을 조심해라. 구두를 신고 끈을 조여라. 단단히 묶고 벌떡 일어서라. 힘차게 발을 구르고 앞으로 나아가라. 쉬지 말고 걸어라. 가끔 끈이 풀렸나 살펴보고 틈 날 때마다 끈을 조여라. 아무리 오래 걸어도, 아무리 빨리 뛰어도 결코 풀어지지 않게 해라. 엄마, 그런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jjeory
2004-03-18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