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린원 식구들 #1
책을 만들고나서,
인쇄결과에 워낙 실망을 해서인지 흑백사진에 정내미가 떨어져버렸다.
그러다보니, 책을 만든다는 중압감에서 헤어난 뒤에도
흑백사진을 별로 찍지 않았다.
레이소다의 활달한 분위기를 보면서
끼어들고 싶다는 충동, 무수히 느꼈다.
그래서 칼라사진을 올릴까하는 고민을 며칠하기도 했다.
당초에 레이소다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할때
흑백, 주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만 올리겠다고 스스로 약속을 했기때문이다.
사실 흑백만 올리거나 칼라만 올린다는것, 중요한일 아니다.
별 의미도 없는 일이다.
단지 아무리 유치한 이유에서 시작되었더라도
약속은 약속 자체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함부로 약속할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귀국했을때 경기도 포천에 있는 예린원이라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버려진 개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조건이 아주 나쁜곳이다.
냄새, 절규하듯하는 개짖는 소리. 사방에서 달려드는 수백마리 개들.
쾌적하고 즐거운 곳은 아니었지만
사진가에게 나쁘다고 할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거기에는, 버려진 존재만이 보여줄수 있는 그런 느낌과 표정들이 사방에서 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윤기